인연 / 송수권
내 사랑하던 쫑이 죽었다
어초장 언덕바지 감나무 밑에 묻어 주었다
이듬해 봄 감나무 잎새들 푸르러
겅겅 짖었다
[감상 안내]
오래 함께 살아서 정이든 개 ‘쫑’이 죽었습니다.
그놈을 집 근처 언덕 위에 서 있는 감나무 밑에 묻어 줍니다.
‘어초장(漁樵莊)’이라 이름한 것으로 보아
화자는 어느 강가에 소박한 집을 짓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나 봅니다.
‘어초(漁樵)’란 고기나 낚고 땔나무나 한다는 뜻이니 말입니다.
이듬해 봄이 되었습니다.
감나무 잎이 다른 해와는 달리 싱그럽게 돋아납니다.
아마도 묻힌 쫑의 몸이 감나무 뿌리를 타고 올라
그렇게 잎으로 반짝이며 피어난 것 같습니다.
작자는 이를 ‘겅겅 짖었다’고 재미있게 표현합니다.
‘인연’은 불교에서 소중히 여기는 이치지요.
이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습니다.
삶의 끈을 살펴보면 얼마나 서로가 뒤얽혀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오늘 아침에 먹은 ‘사과’ 한 개만 생각해 볼까요?
그것이 자란 밭이며, 그것을 기른 농부며, 그것을 운반한 장사꾼이며,
그것을 시장에서 사온 사람이며, 그것의 껍질을 벗겨 쟁반 위에 올린 이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의 결과입니까?
어디 그 뿐인가요?
그 사과가 자랄 때, 그놈이 섭취했던 물이며 공기며 햇빛이며----
헤이릴 수 없는 얼마나 많은 것들의 도움을 입었습니까?
그러니 한 생명체는
천지자연 삼라만상과의 인연에서 빚어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은 뒤얽힌 거대한 인연의 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그 인연의 그물을 만들고 있습니다.
서로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은 이 지상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다못해 지나가는 사람이 내뿜는 담배 연기를 마시면서도
우리는 인연의 끈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느끼게 됩니다. (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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