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 유공희의 글/유공희의 시

나의 작은 가슴속에 / 유공희

운수재 2007. 7. 20. 06:30

 

나의 작은 가슴속에  /   유공희

― N에게

 

나의 작은 가슴속에 더운 피가 굽이칩니다

나의 작은 가슴속에 어린 세계가 자라납니다

 

고운 새벽 속에 고요히 눈뜬 꽃송이같이

아무리 짙은 향기에도 목메이지 않는 붉은 심장을

남몰래 살아가렵니다 살아가렵니다

 

그대 하얀 두 손 속에도 폭 가리워질 것이

어이 이다지 푸른 하늘도 탐나질 않습니까

 

어둔 밤에도 별같이 별같이 탑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 호젓하여도

오, 사랑하는 이여!

내 혼자만 부르는 즐거운 노래가 있어

깊은 밤에도 즐기어 스스로 외롭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더운 마음 스며오고 스며오기에

언제나 아름다운 꽃다발같이

그대 정다운 모습이

넘쳐흐르듯 품안에 느껍습니다

 

언제나 그대 얼굴 눈앞에 살아 있기에

혼자 웃어지는 고요한 웃음속에

검은 눈동자 항상

호수처럼 젓습니다 젓습니다

 

고요히 타는 한떨기 촛불처럼

불면 꺼질듯 더운 것이

어이 이다지 붉은 태양도 부럽질 않습니까

 

꽃이 핀 가지마다 향기가 흘러

바람속에 물결처럼 나비가 오듯 나비가 오듯

나의 작은 가슴속에 항상

고운 새벽이 옵니다

 

오, 그대를 그리어 사는 날과 밤 속에

고요히 찾아가는 꽃길에 잠겨

또한 어데서 오는 항상 새로운 불꽃입니까

 

아름다운 하루해같이

저물면 스러질 듯 빛나는 것이

어이 이다지도 억만 년도 내 것인 듯

아낄 줄 모르고 타는 것입니까

 

아, 남이 알까봐 남이 행여 들을까봐

눈을 감아도 눈을 감아도 보이는 얼굴

 

깊은 골짜기 그늘마다

흐르는 샘물에 젖어 잠자지 않는 꽃잎같이

항상 못 잊어 더운 입술 스스로 열릴 때마다

 

오, 사랑하는 이여!

그대를 부릅니다, 나의 노래는 그대의 것입니다.

 

 

'유상 유공희의 글 > 유공희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짐승과 더불어 / 유공희  (0) 2007.07.23
호수 / 유공희  (0) 2007.07.21
사랑 / 유공희  (0) 2007.07.18
사모 / 유공희  (0) 2007.07.16
꽃 / 유공희  (0) 2007.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