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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설령 그렇다면 말이시 - 임보

운수재 2007. 8. 1. 08:42
    송운 사랑방 (Song Woon Art Hall)


        설령 그렇다면 말이시 - 임보(林步) 한 십만원쯤 내가 그저 써도 좋을 그런 돈이 있다면 말이시 어떻게 할까, 평생 그림 한 점도 못 팔고 욕쟁이로 늙어만 간 雪眉(설미) 화백이나 잘생긴 千祥炳(천상병) 시인쯤 불러 광나루 어느께로 몰려가서 메기탕에 소주를 섞다가 그래도 몇 푼 남으면 목이 곧은 唱婦(창부) 두엇 골라 굿거리 장단으로 배를 띄워도 보고, 한 백만원쯤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그런 돈이 생기면 말이시 신혼여행도 못해 보고 不惑에 이미 初老한 내 아내를 이끌고 수안보쯤 가서 며칠 바람을 쐬다가 그래도 남는 게 있으면 나는 슬그머니 뒷차로 빠져 店村 새재로나 넘어 맘에 드는 山庵(산암)이라도 만나면 문득 들러 한 보름쯤 法鼓(법고)에 젖어도 보고, 한 천만원쯤 써야 할 그런 돈이 어떻게 생긴다면 말이시 어디로 갈까? 우선 南美 페루의 高原쯤으로 훌쩍 날아가서 잉카의 더운 돌에 귀도 대 보다가 아마존을 거슬러 밀림 속으로 한 두어 달 오른 뒤, 심심하면 빛깔 고운 酋長(추장)의 딸 하나 얻어 그 시린 눈동자나 들여다보면서 퉁소도 불어 보고, 한 일억원쯤 내가 써야만 하는 그런 돈이, 내 평생의 월급을 다 모아도 만들기 힘든 그런 돈이 생긴다면 말이시, 친구여, 나는 그 돈보따리를 한 이레쯤 베고 잠을 자면서 궁리하겠지 그러다가 또 한 이레쯤 뜬 눈으로 만져만 보다가 내 작은 봇장에는 담을 수 없어 미국의 어느 우주항공국 여행과에 기탁했다가, 보통 사람도 인공위성을 탈 수 있는 그런 시절이 오거든 나도 보고 싶네 天空에 떠 있는 작은 이 地上을, 허나, 친구여, 내 주머니는 항상 내가 가볍게 쓸 수 있는 것으로 겨우 골뱅이에 소주 몇 홉, 더러는 그 맑은 유리잔 속에 天空의 별들도 들어앉고, 아마존의 바람도 일렁이고, 아내의 부푼 손, 도란도란 친구들의 추운 詩도 울어 예는데…… 그림 : Waple 음악 : 목로주점 - 이연실


    송운 사랑방으로
    Song Woon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송 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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