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를 보며 글/임보 방안 내 책상 위 스탠드에 어디서 왔는지 작은 거미 한 마리 줄을 늘인다 거기 늘여 봐야 쓸데없다고 내가 입 바람을 불어 밀어내지만 조금 있다 보면 다시 또 줄을 늘이고 있다 이놈아, 여기에 쳐 봐야 걸릴 게 없어 배만 곯아 다른 데로 가 그래도 내 말은 아랑곳 않고 고집을 부린다 그놈을 한참 들여다보다 문득 나를 본다 그놈이나 나나 걸리지 않을 그물 치기는 마찬가지 밤낮 내가 치고 있는 시의 그물에 걸릴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쓸모없는 시 그물 치며 허송세월하는 놈이나 어리석은 사냥 그물 늘이고 기다리는 거미나 그놈이 그놈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시와 인식 2006 겨울) |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꿈초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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