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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거미를 보며/임보

운수재 2007. 8. 2. 12:31
      
    거미를 보며
               글/임보   
    방안 내 책상 위 스탠드에
    어디서 왔는지 작은 거미 한 마리 줄을 늘인다
    거기 늘여 봐야 쓸데없다고
    내가 입 바람을 불어 밀어내지만
    조금 있다 보면 다시 또 줄을 늘이고 있다
    이놈아, 여기에 쳐 봐야 걸릴 게 없어
    배만 곯아 다른 데로 가
    그래도 내 말은 아랑곳 않고 고집을 부린다
    그놈을 한참 들여다보다 
    문득 나를 본다
    그놈이나 나나 걸리지 않을 그물 치기는 마찬가지
    밤낮 내가 치고 있는 시의 그물에 
    걸릴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쓸모없는 시 그물 치며 허송세월하는 놈이나
    어리석은 사냥 그물 늘이고 기다리는 거미나
    그놈이 그놈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시와 인식 2006 겨울)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꿈초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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