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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매미와 차/임보

운수재 2007. 8. 2. 12:34

        매미와 차/임보

         

         

         

        매미가 운다

        삼복 한여름에 매미들이 소리를 지른다

        오동나무 느릅나무 버드나무 팽나무

        가지가 찢어지도록 악들을 쓴다

        오동나무에 앉은 놈이 맴 맴 맴 하고 울면

        맞은 편 느릅나무 녀석이 앵 앵 앵 하며 소리를 돋군다

        그러면 버드나무 놈이 쏴 쏴 쏴 하며 뭉갠다

        그러자 핏조지 핏조지 핏조지 피―

        어떤 놈이 팽나무에 숨어서 약을 올린다.

        온천지가 한동안 매미들의 세상이 된다

        문득 소리들이 죽고 정적이 흐른다

        짹 짹 짹

        재수 없는 어떤 놈이

        산까치에 쫓겨 도망치면서 지르는 비명이다

         

        차가 달린다

        고속도로 위를 차들이 신나게 달려간다.

        소나타가 100으로 달리자

        SM이 110으로 따라 잡는다

        그랜저가 120을 뽑아대자

        BMW가 140으로 기를 죽인다

        그러자 티코며 다마스며 똥차들도 뒤뚱거리며

        140을 좆이 빠지라 좇아간다

        속도위반

        차선위반

        경적을 울리고

        전조등을 껌벅거리고 난리들이다

        이윽고 백차와 앰뷸런스가

        앵앵거리며 달려간다.

         

        (우리시 2007. 7월호)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꿈초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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