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 유공희의 글/유공희의 시

어느 실경 / 유공희

운수재 2007. 8. 31. 06:02

 

 

 

 

어느 실경(實景) /  유공희

 

지붕마다 태양의 미련(未練)이 김같이 흐르는 여름밤

하늘에서 오는 추근한 바람이

방마다 푸른 등불을 켜는 밤

비 나리듯 소나기 오듯 논개구리 우는 밤

 

아 수면을 무시하는 독있는 하늘의 속삭임이여!

땅 위로 흐르는 저 보얀 빛깔 빛깔

쓸쓸한 이 물가로 날라오는 저 흰 나비 떼가

풀잎마다 알 슬은 달콤한 죄화(罪禍)… 죄화(罪禍)…

자꾸 생겨나는 노란 버섯들이여, 인광(燐光)이여

 

아 하늘이 너무도 많은 무용의 시간을 점지한

나의 이 황미(黃迷)한 물가에 앉아

나는 밤마다

영원의 임부(姙婦)… 그대의 오색의 탄식을 듣노라

 

지구(地球)… 나의 어머니 늙은 매춘부여!

 

 

'유상 유공희의 글 > 유공희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미 / 유공희  (0) 2007.09.02
인광 / 유공희  (0) 2007.09.01
해안에서 / 유공희  (0) 2007.08.30
심야보 / 유공희  (0) 2007.08.29
까만 호수 / 유공희  (0) 2007.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