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로잡은 한 편의 시

이원의 절구 일수 / 이무원

운수재 2007. 10. 1. 05:11

 

 

李媛의 絶句一首 / 이무원

 

 

近來安否問如何오

月到紗窓妾恨多라

若使夢魂行有跡이면

門前石路半成沙라

 

님이여, 요즈음 어떻게 지내시는지

달이 창에 비칠 때마다 한스럽기만 하네

만일 꿈길이 자취가 있다면

님의 문 앞 돌길이 모래가 되었을 것을

 

이 시는 조선시대 여류 시인 李媛의 시다. 일명 李玉峰이라고도 하는 분인데 生歿 연대가 명확치 않다. 그는 선조 때 옥천 군수를 지낸 峰(峰六이라고 표기된 것도 있음)의 庶女로 태어나 趙瑗의 小室이 되었다고 한다. 明詩綜, 列朝詩集, 名媛詩歸 등에 작품이 전하고, 시 32편이 수록된 옥봉집 1권이 嘉林世稿의 부록으로 전한다. 그분의 작품으로는 寧越途中, 秋思, 自適, 閨情 등이 있다.(두산세계대백과사전, 조두현 저 「漢詩의 이해」, 一志社 )

 

사랑은 별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다.

가장 가깝고도 먼 별이다.

스러졌다 나타나는 별이다.

잡을 수 없는 별이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별이다.

 

말 이전의 모음

모음 이전의 느낌

느낌 이전의 본능

그곳에서 그리움이란 말이 태어났다.

그곳에서 고독이라는 말이 태어났다.

그곳에서 기다림이란 말이 태어났다.

그곳에서 기원이란 말이 태어났다.

그곳에서 꿈이란 말이 태어났다.

 

기쁨의 눈 속에

슬픔의 눈물이 고이고

아름다운 입 속에

고통의 침묵을 씹는다.

향긋한 향기에

숨이 막히고

기다리는 발자국 소리

바람소리 가로막고

허기진 가슴속에

갈증이 쌓인다.

그러나 우리는

꿈으로 꿈을 꾸고

꿈으로 찾아갈 뿐이다.

 

李媛의 시를 읽으면서 나도 이런 빼어난 시를 써보고 싶었다. 그러나 의욕만 가지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사랑은 영원한 인간의 화두, 어느 누가 사랑이란 이 반짝이며 숨어버리는 별을 발가벗기겠는가, 다만 한 두 부분만을 들추거나 쓰다듬어 봤을 뿐 그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서 아직도 많은 시인들이 이 화두를 잡고 고뇌하며 밤을 지새우고 있을 것이다. 결과가 어찌되었던 그 과정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인간의 감정 중에서 가장 순수하고 절대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시는 여러 부류의 시 중에서 가장 쉽게 이해된다. 우리의 감정이나 경험과 일치하는 공통 분모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쓰기는 어렵다. 혹자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시인들이 사랑에 대한 시를 써왔기 때문에 더 쓸 것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진부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어디 샘물이 마르겠는가.

(우이시 제13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