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대동시(福臺洞詩)·7 / 임보
-열쇠타령
내게도 열쇠가 꾸러미로 있다
포도마냥 주렁주렁 매달린 열쇠
신주보다 소중히 달고 다닌다
싸구려 로얄 차 열쇠에서부터
대문, 현관, 방, 장 열쇠에다
사무실 방문, 캐비닛, 서랍 열쇠
대문 열고 현관 열고 방 열어 봐야
단양(丹陽) 수석 둬 점에 옥천(沃川) 매화 한 놈
값나갈 물건들은 아무것도 없지만
캐비닛, 서랍 속 다 훑어봐도
원고지에 볼펜 자루 청심환 하나
도둑 와서 탐낼 건 하나도 없지만
나도 남들처럼 채웠다 열었다
무엇이나 가진 듯이 짤랑거리며
이 몸뚱이 몇 군데 얽어 놓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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