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눈부신 귀향

길 없는 길

운수재 2009. 8. 12. 17:39

 

 

 

 

길 없는 길/                           임보

 

 

 

 

 

강물 위에 앉았다가

일제히 하늘을 향해 비상해 오르는

수천 마리 철새 떼들의 일사불란

그들은 길 없는 허공 길을 평화롭게 날아

그들의 고향에 이른다

 

 

바다 속을 헤엄쳐 가는

수만 마리의 물고기 떼들

어떠한 암초와 수초에도 걸리지 않고

수만 리 길 없는 물길을 거슬러

그들의 모천에 닿는다

 

 

그러나

이 지상에 수천만의 길을 만들어 놓고도

제 길을 제대로 찾아가지 못해

좌충우돌 피를 흘리며 주저앉는 사람들

그들은 고향도 모천도 못 찾고 허둥댄다

 

 

길이 없으면

세상이 다 길인데

길을 만들어

천만의 길을 다 죽인다

 

 

 

 

 

 

 

 

 

 

'임보시집들 > 눈부신 귀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대한 족보  (0) 2009.08.17
손의 행적  (0) 2009.08.16
손의 언어  (0) 2009.08.15
눈부신 귀향  (0) 2009.08.13
<눈부신 귀향> 책머리에  (0) 2009.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