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눈부신 귀향

손의 행적

운수재 2009. 8. 16. 05:57

 

 

 

 

손의 행적/                 임보

 

 

 

어떤 손은 계산기를 두들기고

어떤 손은 목탁을 두들긴다

 

칼과 창을 벼리는 손도 있고

삽과 호미를 빚는 손도 있다

 

한때는 화투를 쥐던 손이

한때는 붓을 잡기도 한다

 

올무를 놓는 손도 있고

오라를 푸는 손도 있다

 

진주를 찾으려 시궁창을 헤집기도 하고

목숨을 걸고 폭탄의 뇌관을 열기도 한다

 

밤에는 은밀한 샅을 더듬던 손이

낮에는 거룩한 경전을 펼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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