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도스를 몰면서/ 임보
내 윤마(輪馬)는 97형 1.8 dohc 크레도스다
여기 저기 자잘한 외상을 입기는 했어도
아직은 잘 달린다
매주 월요일 아침
서울 우이동에서 동부순환도로, 중부고속도로를 거쳐
청주의 내 직장까지 나를 데려다 준다
엑셀레터를 밟은 내 발이 나를 싣고 간다
아니, 발이 아니라 크레도스의 바퀴가,
아니, 바퀴가 아니라 엔진이 나를 싣고 간다
아니, 기름이다, 중동산 개솔린,
아니 원유다, 수 천 미터 지하에 수 만년 묻혀 있던 원유,
아니, 원시의 거대한 유기물―동․식물이다
아니, 태양이다, 우주다
수 억만 년 응축된 우주의 힘이
지금 나의 애마(愛馬) 크레도스를 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