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눈부신 귀향

크레도스를 몰면서

운수재 2009. 8. 20. 15:26

 

 

 

 

크레도스를 몰면서/                     임보

 

 

 

내 윤마(輪馬)는 97형 1.8 dohc 크레도스다

여기 저기 자잘한 외상을 입기는 했어도

아직은 잘 달린다

 

매주 월요일 아침

서울 우이동에서 동부순환도로, 중부고속도로를 거쳐

청주의 내 직장까지 나를 데려다 준다

 

엑셀레터를 밟은 내 발이 나를 싣고 간다

 

아니, 발이 아니라 크레도스의 바퀴가,

 

아니, 바퀴가 아니라 엔진이 나를 싣고 간다

 

아니, 기름이다, 중동산 개솔린,

 

아니 원유다, 수 천 미터 지하에 수 만년 묻혀 있던 원유,

 

아니, 원시의 거대한 유기물―동․식물이다

 

아니, 태양이다, 우주다

 

수 억만 년 응축된 우주의 힘이

지금 나의 애마(愛馬) 크레도스를 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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