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량(道場)/ 임보
시장 밑바닥에 굴러다니던 삼돌이란 놈이
세상이 시끄럽다고 큰 산을 찾았다
석파(石破) 스님이 된 삼돌이 그러나
절간도 소란스럽다고 암자에 나앉았다
하지만 암자의 목탁소리도 번거로워
토굴을 파고 그 속에 홀로 묻혔다
토굴의 벽을 맞대고 열두 달은 지났는데도
천만 잡념이 꼬리를 물고 놓아주질 않았다
그러구러 서너 해가 바뀌던 어느 여름날 밤
한 마리 모기에 물어뜯긴 석파 문득
문제는 세상이 아니라 제 몸인 것을 알았다
그래서 토굴을 박차고 다시 시중으로 내려와
팔도 잡패들이 득실거리는 시장 바닥에
자리를 펴고 앉아 자신을 다스리기로 했다
조약돌을 닦는 것은 고요한 물이 아니라
거센 여물이 아니던가
수십 성상이 지나 석파의 머리도 세어졌다
어느 날 천둥이 그의 머리를 깨고 지나갔는데
세상을 내려다보니
모두가 다 부쳐요, 보살 아님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