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눈부신 귀향

세상에 온 까닭

운수재 2009. 8. 22. 09:37

 

 

 

 

세상에 온 까닭/                임보

 

 

 

그대여

삶의 의미를 모르겠으면 연어를 보라

 

아무도 일러주는 이 없어도

태평양의 광막한 대양을 헤매다가

새끼를 가질 때가 되면

그가 처음 알에서 깨어났던

저 남대천 같은 모천(母川)으로 돌아와

죽음으로 몸을 헐며 씨를 심지 않던가

 

보라,

사람들도 장성하여

새끼를 가질 만하면

아무도 일러주지 않아도

그가 태어났던 모천(母川)을 찾아

밤마다 헤매지 않던가?

 

식음을 전폐하고 열심히 알을 품는

저 닭장 속의 암탉을 보라

가지 휘도록 열매 매달고 있는

저 뜰 앞의 작은 대추나무를 보라

 

그대를 이 세상에 내보낸 이의 뜻은

열심히 씨를 심으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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