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인가/ 임보
한 무더기 흙을 쌓는 일도 내겐 이리 힘들거늘
저 큰 산들을 저리 높인 당신은 누구인가?
한 동이 물을 나르기도 내겐 이리 버겁거늘
저 양양한 바닷물을 저리 모은 당신은 누구인가?
대지를 휩쓴 태풍이여
당신의 진노한 입김인가?
광막한 밤하늘의 성군이여
당신의 무량(無量) 안광(眼光)인가?
내 발이 가 머문 곳마다
내 눈이 가 닿는 곳마다
다 당신의 살이요
당신의 피 아님이 없도다.
내 밖에도 그렇게 가득하고
내 안에도 그렇게 넘친 당신은
이 아침 반짝이고 있도다
한 마리 잠자리의 날개 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