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시] 자연 속의 삶 36-40 / 임보
36
고관대작도 곧은 선비의 표연(飄然)한 삶을 부러워하고
거부장자도 맑은 선비의 유유(悠悠)한 삶을 그리워한다.
* 비록 고관대작이나 거부장자라 할지라도
맑은 선비의 거침없는 유유자적한 삶을 보면 어찌 부러운 마음이 일지 않겠는가.
그도 욕망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 싶을 것이다.
37
고기는 물을 얻어 그 속에서 살지만 그 물을 모르고
새들은 바람을 얻어 공중을 날지만 그 바람을 모른다.
* 너무 크고 흔한 것은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햇빛이며 공기며 물 등의 은혜를 누리고 있는 인간도
이들의 고마움을 거의 잊고 지내지 않는가.
혜안을 지닌 이는 고마운 마음으로 자연의 은혜를 누린다.
38
화사했던 무대는 이제 들짐승들의 잠 터요
눈부시던 국화 위엔 이제 차가운 서리만 매섭도다.
* 모든 것은 흥망성쇠의 길을 걷는다.
지난날 무희들이 춤추던 화려한 무대는 황폐하여 들짐승의 소굴이 되었고,
영웅호걸들이 힘을 겨루던 성터엔 서리 맞은 잡초만 무성하다.
부귀공명이 덧없음을 알고 욕망의 불길을 차갑게 가라앉힐 일이다.
39
하늘 맑고 달 밝건만 부나비는 불 속에 몸을 던지고
좋은 곡식 과일 많건만 올빼미는 썩은 쥐를 즐긴다.
* 세상은 넓고도 환하건만 부나비는 불 속에 뛰어들어 몸을 불태우고,
좋은 먹이감 많이 두고도 올빼미는 썩은 쥐를 즐겨 먹으니 참 답답한 일이다.
한편 생각하면 인간들도 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욕망의 불길에 뛰어들어 자신을 망치기도 하고,
악의 소굴에 드나들며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하지 않던가.
40
가슴에 욕심이 없으면 근심은 눈 녹듯 사라지고
마음이 밝으면 비록 어두운 세상도 보름 달밤처럼 환하다.
* 모든 근심은 욕심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근심의 뿌리인 욕심을 자르면 근심이 일어날 리가 없다.
만일 우리가 공명정대한 밝은 마음을 갖고 있다면
어두운 세상에서도 두려울 것이 없다.
그를 탓할 사람이 없을 것이므로 백주대로를 걷듯 거침없이 살아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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