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선시] 밀원 / 임보

운수재 2007. 3. 3. 10:34

밀원(蜜園)

/ 임보

 

도화동(桃花洞) 계곡에 들어서니

온 산천이 복숭아꽃 천지다

천의 군중들이 웅성이듯

두런대는 소리가 골짝을 울리고 있는데

자세히 들으니 벌들의 날개 소리가 아닌가.

한 사흘 꽃길을 밟아 오르다 보니

향기와 꽃물에 온통 절은 내 몸뚱이 또한 분홍 도화덩이다.

벌들이 눈썹과 어깨 위에 자주 내려 앉아

쌓인 꽃가루를 쓸어가곤 한다.

꽃길이 다하는 곳에 천인절벽이 막아서는데

석벽의 구멍마다에 수백만 군의 벌들이 집을 짓고 있다.

한 노파가 긴 장대를 들고 앉아 있기에 무얼하는가 물었더니

꿀을 훔치러 오는 도적들을 지키는 중이라 한다.

먼 산모롱이 바위 위에 곰 한 녀석이 어정거리고 있다.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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