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원(蜜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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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
도화동(桃花洞) 계곡에 들어서니
온 산천이 복숭아꽃 천지다
천의 군중들이 웅성이듯
두런대는 소리가 골짝을 울리고 있는데
자세히 들으니 벌들의 날개 소리가 아닌가.
한 사흘 꽃길을 밟아 오르다 보니
향기와 꽃물에 온통 절은 내 몸뚱이 또한 분홍 도화덩이다.
벌들이 눈썹과 어깨 위에 자주 내려 앉아
쌓인 꽃가루를 쓸어가곤 한다.
꽃길이 다하는 곳에 천인절벽이 막아서는데
석벽의 구멍마다에 수백만 군의 벌들이 집을 짓고 있다.
한 노파가 긴 장대를 들고 앉아 있기에 무얼하는가 물었더니
꿀을 훔치러 오는 도적들을 지키는 중이라 한다.
먼 산모롱이 바위 위에 곰 한 녀석이 어정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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