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선시] 정 / 임보

운수재 2007. 3. 5. 06:55

 


정(釘)   /   임보



자암동(紫巖洞) 골짝 석굴 속엔

한 석공(石工)이 살고 있는데

그는 백 척 암벽에 종일

무엇인가 새기고 있다.

무슨 글자 같기도 하고

무슨 부적 같기도 한

떡살 모양의 형상을 쪼아가는데

이레를 지켜보고 있는 동안

겨우 한 획을 뚫는다.

말 한 마디 건네지 않고

연일 석벽에 달라붙어

정만 두드리고 있는데

그의 정이 머물다 간 석벽의 길이가

천 리도 넘는다.

도대체 저 암벽에 매달린 석공의 나이는

얼마나 된단 말인가.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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