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경(石鏡) / 임보
청석동(靑石洞) 어구 강가에는
석제(石弟)라는 거울 장수가
숫돌에 청석(靑石)을 종일 갈고 있다
손바닥만한 석경들을 만들어
나룻가에 늘어 놓고 사람들을 기다린다
물을 건너는 나그네들이 더러
돌거울을 들어 들여다보기는 하지만
사 가는 자는 거의 없다
어떤 거울인가 싶어
얼굴을 비추어 보았더니
마치 옴탈바가지를 눌러 쓴 것 같은
쭈그러진 얼굴이 드러나 보인다
이 무슨 흉칙스런 형상이란 말인가
이렇게 일그러진 제 얼굴을 보려
거울을 사 갈 자가 세상 천지에
어디 있을 법이나 한 일인가
여보, 제대로 잘 비춘 거울을 만들어야지
어찌 이러고야 팔리겠오?
하고 충고를 했더니
석제(石弟)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노려본다
그리고 무어라고 중얼중얼거리는데
그 뜻을 통 헤아릴 수가 없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면서
물에 일렁이는 내 조각 얼굴들을
다시 들여다보며 생각에 젖어 있는데
내 마음을 읽은 사공이 귀에다 대고 가만히 이르기를
석제(石弟)는 늘 사람들을 보고
제 몰골도 볼 줄 모르는 당달봉사놈들이라고
욕설을 퍼붓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