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去來) / 임보
이 고을에도 물건을 만들어 판다
사실은 파는 것이라기보다는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보시(布施)다
하기야 돈이 없으니
값을 치를 수도 없지 않는가
바람직하기는
서로의 물건들을 서로 바꾸는 일이지만
그럴 경우는 흔치 않다
더러는 단환(丹丸)* 으로 갚아
고마움의 빚을 덜기도 하는데
설령 그런 것이 없는 자라도
너무 미안해 할 것은 없다
자기도 언젠가 아무에게나
그렇게 베풀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개는
도움 입기보다는 베풀기를 즐겨한다
그러니 이 고을에선
물건을 사 주는 사람이 오히려
적선(積善)을 행하는 것일 수도 있다.
* 丹丸 : 여행을 떠난 자들이 지닌 휴대용 음식인데 녹두알만한 크기의 환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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