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밀천(桃花蜜泉) / 임보
자운동(紫雲洞) 골짝은 온통 복숭아꽃 천지다
가도 가도 꽃과 벌들의 세상이다
흐르는 개울물에 목을 적시며 시장끼를 달래는데
그런 내 꼴을 보고 민망했던지
동행하던 목천(木川)이
자신의 발목을 꽉 움켜잡으라 이른다
휙 바람이 일더니
목천(木川)은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의 도포자락은 날개가 되었는데
그는 한 마리 벌이었다
벌의 발에 매달려 떠 있는 나도
날개가 돋아 있다
우리는 한 도화밀천(桃花蜜泉)에 기어들어
꿀을 파먹다 이내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던가
햇살이 너무 따가와 눈을 떴더니
집채보다도 더 큰 둥근 분홍 바위 위다
날개를 다시 펴고
바위 위에서 뛰어내렸는데
돌아와 보니
우리가 누웠던 곳은 한 알의
복숭아 열매였다
어느 새 익은 복숭아들이
가지가 휘도록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우리는 잘 익은 천도(天桃)를 골라 깨물면서
자운동(紫雲洞) 골짝을 흥얼거리며
기어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