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선시] 연지

운수재 2007. 3. 30. 10:49

 

 


연지(硯池)  /   임보



청계(淸溪)

오동꽃 그늘 아래

십여 평 반석

그 반석 한 귀퉁이는 천연의 연지(硯池)다

이 연지에 먹을 갈다 잠이 들었는가

호호백발(晧晧白髮)

한 노인이 코를 드르렁이며 누워 있다

이 백옹(白翁)의 배꼽 위를 오르내리던 다람쥐 한놈

기웃거리다 이내 연지로 달려간다

어허, 이놈 봐라

연지에 꼬리를 담근 다람쥐 녀석

이젠 닥나무 화선지 위로 건너뛴다

그리고

꼬리에 힘을 주어 뭉갠 것이

제법 '之'자의 흘림체다

백옹(白翁)의 흰 수염도

다람쥐의 얼룩 등도

온통 먹물 투성이다.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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