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硯池) / 임보
청계(淸溪)
오동꽃 그늘 아래
십여 평 반석
그 반석 한 귀퉁이는 천연의 연지(硯池)다
이 연지에 먹을 갈다 잠이 들었는가
호호백발(晧晧白髮)
한 노인이 코를 드르렁이며 누워 있다
이 백옹(白翁)의 배꼽 위를 오르내리던 다람쥐 한놈
기웃거리다 이내 연지로 달려간다
어허, 이놈 봐라
연지에 꼬리를 담근 다람쥐 녀석
이젠 닥나무 화선지 위로 건너뛴다
그리고
꼬리에 힘을 주어 뭉갠 것이
제법 '之'자의 흘림체다
백옹(白翁)의 흰 수염도
다람쥐의 얼룩 등도
온통 먹물 투성이다.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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