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2 / 유공희
어디서 왔느냐, 황금빛 살을 지닌 꿀벌이여
무심한 너의 방황이 이다지도 또렷이
나의 공간에 빛나는 화보(花譜)를 꾸밀 줄이야
순수한 나의 손가락들이 하늘을 우러러
낯설은 온갖 성좌(星座) 아래에 성장(盛裝)하던 밤
고요히 옷을 벗은 연연(姸姸)한 여인이 있어
이 아침 향기로운 밀방(蜜房)을 걸어나왔더냐
오 황홀한 해후(邂逅)여
찬란한 화방(花房)에 온갖 정다운 품을 찾아
무수한 화순(花脣)에서 황홀히 샘물을 머금는 그대
그옴당한 온갖 방울 속에 시간이 주저(躊躇)하여
하얀 나의 손가락 사이에 낯설은 호수가 가득히 스밀 때
물 위에 떨어져 빛나는 한 송이…
나는 반공(半空)에 그대의 비밀을 한 아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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