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 유공희의 글/유공희의 시

해안에 또 하나 다른 나 / 유공희

운수재 2007. 9. 9. 08:44

 

 

 

해안에 또 하나 다른 나  /  유공희

 

 

오 나의 전신에 배어오르는 낯설은 냄새여

훨훨 타는 해바라기에 바람처럼 빨리운 나비와도 같이

두 팔을 펴고 달려온 나는

머리 위에 꽃피는 갈매기의 종족이 아니었다

 

사구(砂丘)에 흐르는 한낱 감탄사에선

맹목(盲目)의 꽃, 무수한 버섯이 피어 노란 온갖 조개알을 부른다

소리, 소리, 말도 아닌 소리의 군서(群棲),

비등(沸騰)하는 생활감정은 서글픈 모음의 세계였다

 

나는 끝없는 수평선 너머로 귀를 기울이고

무릎까지 부풀어 오르는 파도― 염기(鹽氣)를 마시고

또렷이 한낱 구름을 가리는 등대가 되려고

한낱 나의 정다운 이의 이름을 부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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