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 유공희의 글/유공희의 시

잃어짐 / 유공희

운수재 2007. 9. 17. 06:03

 

 

 

잃어짐 /   유공희

 

 

마음 닿는 곳마다

고독이 그림자처럼 앞서

마음 둘 곳 없이

야윈 눈만 감고 뜨고 하던 밤

 

이건 또 무슨 착천(錯舛)이랴

신경질인 귀뚜라미 한 마리

노래를 잃고 방안을 헤매이다

 

무슨 인연으로

남루(襤褸)한 악몽(惡夢) 속에 태어나

여기에 허망히 공간을 자리잡은 슬픈 두 기태(奇態)

 

아, 무덤같이 고요한 방

희미한 등불 아래에

잃어짐은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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