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날아가는 은빛 연못

가을 편지

운수재 2009. 1. 18. 09:12

 

 

 

가을 편지/                      임보

 

 

 

은사시나무들도

그들의 마지막 혈관을 뽑아

내일 떨쳐 버릴 여린 잎들을

저리도 곱게 치장하는구나

 

나도 이제껏

내 기억의 깊은 골방 속에

감추고 감추었던 푸른 추억들을

하나씩 끌어 올려

황금빛 치마를 입힐가 보다

 

이 땅이 서럽다고

바다 넘어 어느 먼 낯선 나라로

구름처럼 훌쩍 떠나간

눈이 큰 친구여

문득 밤을 새워 그대에게

긴 편지를 쓰노니

 

기러기야

하늘 뚫는 청둥기러기야

나도 가을이면

지상을 박차고 떠오른

한 마리 철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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