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황소의 뿔

사천리 사람들

운수재 2009. 6. 11. 07:46

 

 

 

사천리(沙川里) 사람들/                                 임보

 

 

 

사천리 사람들은 독이 오르고 있었습니다.

약간 좀 미쳐 갔습니다.

닭을 기르는 사람들은 계사 천장에 밤새도록 전등불을 켜놓고 닭들을 깨웠지요. 그리하여 하루에 2개씩 달걀을 만들어내도록 밤을 몰아냈습니다.

 

비닐하우스를 만들었지요.

잠든 씨앗들을 열심히 깨워 싹을 틔우고, 겨울에도 꽃을 피워 열매를 맺게 하였지요. 오이, 수박, 토마토 할 것 없이 그들은 식물들을 감쪽같이 속여 천연의 계절을 잊게 했습니다.

자두나무에 복숭아 접을 붙였지요.

그리하여 크고 맛 좋은 자두복숭아를 만들어 천도(天桃)라고 세상 사람들에게 속여 팔았지요.

 

어디 그뿐입니까?

석회로 두부를 만들고, 수은으로 콩나물을 길러 이웃들의 육신을 병들게 하고,

조미료를 만들어 스스로의 입맛까지 속이며 살았어요.

이 사기와 허위로 가득 찬 마을을 꾸짖으며 성스러운 음성으로 천국의 깃발을 높이 매단 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는 천국을 팔아 돈을 모으는 영혼의 배신자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어느 무더운 여름,

이 사천리 하늘에 먹구름이 덮이고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내리는 비는 폭우로 변하면서 한 사날 천둥과 번개로 죄악의 마을을 두들겨 깨웠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들의 몸이 젖을까 봐 육신을 움츠리고 집 안으로 기어들 뿐,

내리는 빗물에 병든 마음을 씻는 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마을의 상류에 그들이 수 년간 공들여 쌓은 사천댐의 제방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을 아무도 몰랐습니다.

깨어 있는 몇 노인들이 더러 경고를 하기는 했지만, 둑이 터지면 한순간에 사천리 온 세상이 물과 함께 흘러가 버린다고 하는 것을,

욕심으로 독이 오른, 약간은 좀 미쳐 있는 사천리 사람들은 아무도 못 보고 있었습니다.

 

 

 

 

 

 

'임보시집들 > 황소의 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된소리 세상  (0) 2009.06.14
황소  (0) 2009.06.13
후은시  (0) 2009.06.09
거미  (0) 2009.06.06
난초꽃을 보다가  (0) 2009.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