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임보
나는 소입니다.
뿔을 두 개나 가진 황소입니다.
내가 한 살 넘던 가을, 당신들은 내 코에 구멍을 뚫었습니다.
그리고 코뚜레로 나를 얽었습니다.
밭을 갈았지요. 무논도 열심히 갈았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또 우리들의 젖을 빼앗아 갔습니다.
내 새끼들의 목을 적실 그 피나는 젖을
매일 아침 내 아내의 가슴에서 밟아 짜 갔습니다.
그건 그렇다고 그냥 넘깁시다.
내 어미 애비 나이 들어 들판에 나가기 힘들었을 때
그들은 팔려갔지요. 도살장에 끌려갔지요.
그리고 어떻게 되었던가요?
고개를 하늘로 달아매 물을 먹이고, 배가 터지게 물을 먹이고
몽둥이로 몽둥이로 두들겨 패 살을 불려 죽였지요.
안심, 등심, 홍두깨, 내장……
이렇게 당신들은 우리 부모들의 육신을 발발이 찢어 갔습니다.
그리고 남은 가죽으로는 당신들의 신발을 깁고, 더러는 북을 만들어 당신들의 축제를 신나게 울렸습니다.
그 북소리를 기억하십니까?
둥둥둥둥…그 북채에 묻어나는 가죽의 울림―그것은 우리들 영혼의 울음입니다.
무엇을 더 드릴까요?
이제 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직도 당신들의 권능을 얼마나 더 누리시겠습니까?
나는 황소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옛날에 들판도 들판도 누비며 달렸던
나는 바로 그들의 후손,
아직 뿔을 두 개나 가진 살아 있는 황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