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소리 세상/ 임보
1960년대 초 일석(一石)* 선생이 「文法」시간에 ‘문뻡’을 ‘문법’으로 발음한다고 우리들은 웃어댔다. 선생께서는 임(壬)․병(丙)․양란(兩亂) 뒤 세상이 급박해지면서 ‘갈(刀)’이 ‘칼’, ‘곶’,이 ‘꽃’등 된소리로 많이 변해 갔다고 빈정대셨다.
1980년대 말 요즈음 학생들 앞에서 ‘科’를 ‘과’라 했더니 킬킬대고 있다. 그들에겐 ‘과’가 아니라 ‘꽈’가 표준음으로 통용되고 있다.
‘뻐스’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전축상에서 어느 여가수가 귀가 따갑게 부르짖고 있는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싸랑하는 이 까씀 울꼬 앂네…….”
예사소리 가지고는 신명이 안 나는 세상―날이 갈수록 온통 된소리판으로 씩씩해지나 보다. 2000년대쯤 가면 ㄱ, ㄷ, ㅂ, ㅅ, ㅈ은 사전에서 다 추방당하고 ㄲ, ㄸ, ㅃ, ㅆ, ㅉ만이 판을 치려나 보다.
* 일석(一石) : 언어학자며 문필가였던 이희승(李熙昇)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