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스크랩] 작은 손 / 임보

운수재 2018. 12. 3. 07:12


작은 손

                                               임보 

 


내 손은 아주 작다

몸집이 작으니 손발이 클 리가 없다

 

내가 청소년이었을 적

지나가던 무당이 내 손을 보고

 

워매, 저 손으로 뭘 헐까 잉!

너무 곱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래서 그랬을까?

 

큰 쟁기를 들 수도 없어 농부도 못 되고

큰 그물을 당길 수도 없어 어부도 못 되고

큰 칼을 휘두를 수도 없어 장군도 못 되고

큰 돈을 거머쥘 수도 없어 사업가도 못 되고

 

그저 만만하게 쥘 수 있는 건

조그마한 분필이나 펜

그래서 나는 한평생 학교에서 밥벌이를 하고

여가가 나면 몇 줄의 글을 써 보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시인이 된 건

작은 내 손의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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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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