獻헌
임보
동짓달 초하루
조부님 기일을 맞아 축문을 쓰는데
끄트머리쯤 가서 한 글짜가 또 헷갈린다
‘……恭伸奠헌 尙 饗’의
그 ‘드릴 헌’자가 걸린다
그 글자가 까다로워 보통은 속자(俗字)로
南에 犬을 붙여 쓰기도 하는데
그렇게 쓸 수가 없다
어려서 축문을 익힐 때
그 글자가 어려워 속자로 쓰면
조부님께서 정자로 다시 고쳐 주시곤 했다
가물가물해서
옥편을 펼쳐놓고 그 글자를 다시 익힌다
虍 + (력) + 犬
(력)에 들어갈 획수가 만만찮다
一 口 冂 八 一 丨
가까스로 짜 맞추어
어렵게 ‘獻’자를 그려낸다
조부님께서 아마도 그러실 것만 같다
‘이 녀석, 평생을 두고
글자 하나에 눌려 헤어나질 못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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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운수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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