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스크랩] 獻(헌) / 임보

운수재 2018. 12. 8. 07:25



                                                     임보 

 


동짓달 초하루

조부님 기일을 맞아 축문을 쓰는데

끄트머리쯤 가서 한 글짜가 또 헷갈린다

 

……恭伸奠尙 饗

드릴 헌자가 걸린다

그 글자가 까다로워 보통은 속자(俗字)

을 붙여 쓰기도 하는데

그렇게 쓸 수가 없다

 

어려서 축문을 익힐 때

그 글자가 어려워 속자로 쓰면

조부님께서 정자로 다시 고쳐 주시곤 했다

 

가물가물해서

옥편을 펼쳐놓고 그 글자를 다시 익힌다

+ () +

()에 들어갈 획수가 만만찮다

一 口 冂 八 一 丨

 

가까스로 짜 맞추어

어렵게 자를 그려낸다

 

조부님께서 아마도 그러실 것만 같다

이 녀석, 평생을 두고

글자 하나에 눌려 헤어나질 못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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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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