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시

[채근시] 자연 속의 삶 51-55 / 임보

운수재 2006. 3. 15. 12:44

[채근시] 자연 속의 삶 51-55 / 임보

 

51

밝은 달을 보면 마음도 또한 밝아지고

따스한 봄을 만나면 뜻도 또한 부드러워진다.



* 고운 꽃을 보면 마음이 흥겨워지고,

  넓은 광야에 서면 가슴이 트인다.

  자연은 생명의 모태요 밭이다.

  그러니 맑고 아름다운 자연과 벗하며 사는 일이

  우리의 심신을 가꾸는 데 얼마나 소중하겠는가.




52

글은 졸(拙)함으로 높아지고

도(道)는 졸(拙)함으로 깊어진다.



* 졸(拙)은 꾸밈이 없는 소박함이다.

  아름답게 보이게 하려고 억지로 꾸민 글은

  마치 지나친 화장을 한 여인의 얼굴 같아 천하게 보인다.

  그래서 뜻이 높은 이의 글은 기교를 멀리하고 천진을 따르고자 한다.

  도(道) 또한 그와 같아서,

  대궐 같은 거대한 사원에서 이루어기보다는

  차라리 소박한 작은 암자에서 깊어진다




53

은자(隱者)의 삶은 유유자적(悠悠自適)이다

술을 즐기나 서로 권하지 않고

바둑을 놓되 다투지 않으며

피리를 불되 구멍에 매이지 않고

모임을 갖되 기약이 없으며

손이 있되 마중과 배웅 없음으로 편안함을 삼는다.



* 속세를 등지고 자연 속에 숨어 사는 은자야말로 절대 자유인이다.

  그러므로 그는 어디에 매이거나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반가운 손님이라 해서 억지로 술을 권하는 일도 없고,

  승부를 중히 여겨 바둑을 놓지도 않는다.

  악기를 즐기되 악보에 얽매이지 않고,

  지기를 만나되 정한 날이 따로 없다.

  손님이 왔다간다고 해서 의례적인 마중과 배웅을 하지도 않는다.





54

화조풍월(花鳥風月)은 마음 고요한 이가 그 주인이요

수석송죽(水石松竹)은 마음 한가한 이가 그 기쁨을 누린다.



*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이나 사물의 멋스러운 모습은 누구나 다 볼 수 있지만

  아무나 그 진수를 누리는 건 아니다.

  마음이 바쁜 사람의 눈에는 그 아름다움과 멋스러움이 보이지 않는다.




55

촌로(村老)는 탁주, 베잠방이에도 기뻐하지만

장자(長者)는 진수, 비단옷에도 만족을 모른다.



* 소박한 시골 늙은이는 보잘 것 없는 음식과 하찮은 의복을 받고도 만족하여 기뻐하지만,

  도회의 부자들은 기름진 음식과 사치스런 옷에도 그 욕심을 줄이지 못한다.

  행복의 치수를 따진다면 장자보다는 촌로가 한결 위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