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민족 / 임보 백의민족/ 임보 흰옷을 즐겨 입은 것은 가난 때문이 아니라 행동을 삼가도록 더러움을 멀리하도록 * 우리 민족이 백의를 즐겨 입었던 것은 근신과 근면의 뜻이 있었던 것 같다. 흰옷을 입고 어찌 진흙구렁에 들 수 있으며, 어찌 자주 세탁해 입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임보시집들/가시연꽃 2008.04.21
천둥 / 임보 천둥/ 임보 천국의 문을 여닫는 소리 * 번개가 하늘을 쪼갰다 닫은 뒤 이윽고 천둥소리가 들린다. 승천한 자를 위한 축포인가? 참 요란도 하다. 임보시집들/가시연꽃 2008.04.20
내소사 / 임보 내소사(來蘇寺)/ 임보 능가산 솔내음에 저린 속가슴 관음조 맑은 울음 트인 앞이마 목어, 운판, 법고도 다 잠든 한낮 무설당(無說堂) 빈 댓돌에 하얀 고무신 * 내소사는 전북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 능가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고찰이다. 백제 무왕34년(633년)에 창건되었다고 하는데 이전의 이름은 소래사.. 임보시집들/가시연꽃 2008.04.19
등교 / 임보 등교 / 임보 오토바이를 타고 갑니다 매미처럼 아빠 등에 달라붙어서 자동차 버스보다 더 신나게 학교 담장을 돌아듭니다. * 한 여학생이 아빠의 등에 꼭 달라붙어 오토바이를 타고 등교를 한다. 세단도 자동차도 다 젖히고 신명나게 학교의 담장을 돌아 들어간다. 임보시집들/가시연꽃 2008.04.18
시 바겐세일 / 임보 시(詩) 바겐세일/ 임보 이백만 원 들여 여행을 하고 시(詩) 다섯 편 얻었으니 한 편에 원가가 40만원이다 세일이다! 누구 살 사람 없나? * 99년 여름 아내와 함께 모처럼 여행을 했다. 벤쿠버로부터 토론토까지 일주일 동안 거대한 대륙을 횡단했다. 그리고 얻은 건 팔리지 않는 다섯 편의 시밖에 없다. 임보시집들/가시연꽃 2008.04.17
부수고 열기 / 임보 부수고 열기/ 임보 비유도 하나의 깨침이어서 때로는 어둠을 부수기도 하고 시(詩)도 하나의 엶이어서 닫혀 있는 세상을 풀기도 한다. * 위대한 비유는 논리적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황을 풀어내는 웅변이기도 하고, 위대한 시는 닫혀 있는 세상을 여는 하나의 계시이기도 하다. 임보시집들/가시연꽃 2008.04.16
재미있는 세상 / 임보 재미있는 세상/ 임보 병이 없으면 의사는 망하고 죄가 없으면 검사도 망한다 화재 때문에 소방서는 살고 해커들 덕분에 백신이 팔린다 * 악(惡)이 나쁘다고? 세상이 무너지지 않고 이렇게 잘 버티고 있는 것은 역기능의 상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선악(善惡)은 인간의 시점에서 보는 판단이지 절대적 .. 임보시집들/가시연꽃 2008.04.14
상습 지각생 / 임보 상습 지각생 / 임보 30 때는 20 생각 50 때는 30 생각 환갑에 들어서도 내 동갑 못 따르네. * 나는 늘 내 동갑쟁이들의 생각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니 세상살이에 매양 뒤쳐질 수밖에 없다. 임보시집들/가시연꽃 2008.04.12
원시 / 임보 원시(遠視) / 임보 젊은 눈은 밝지만 멀리 보지 못하고 늙은 눈은 어둡지만 먼 곳을 본다 * 늙은이여, 그대의 몰골이 아름답지는 못하지만 때로는 멀리 볼 수 있는 혜안이 종요롭기도 하다. 임보시집들/가시연꽃 2008.04.11
상 도적 / 임보 상 도적/ 임보 세상에서 가장 큰 도적은 어떤 놈인가? 백주에 은행을 턴 날강도인가? 하루아침에 나라를 삼킨 혁명도당인가? 아니, 온 세상 뒤엎으려는 저 해탈승일세. * 강도는 겨우 금고 속의 금은보화나 훔치는 족속이지만, 혁명도당은 한 나라를 집어삼키니 도적치고는 상 도적이라 이를 만하다. 그.. 임보시집들/가시연꽃 2008.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