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 / 임보 불상 / 임보 법주사 큰 불상은 몸집이 너무 커서 수만금數萬金 삼키고도 배가 차지 않나 보네 * 절마다 큰 불상들을 빚어놓고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부처님을 생각고 불상을 빚는다고? 천만의 말씀, 불상은 중들의 말[馬]이다. 임보시집들/운주천불 2007.10.25
독상 / 임보 독상獨床 / 임보 댕기머리 처녀애들 곤지발 담장 너머 아스라한 대청마루 열세 살 서울 도령 * 6.25전란으로 어린 서울 도령이 남도의 산골 강 진사댁으로 피난을 왔다. 그가 높은 대청마루에 홀로 앉아 점심을 먹고 있으면, 마을의 처녀애들이 곤지발을 서서 집안을 들여다본다. 흰 살결의 홍안紅顔 소.. 임보시집들/운주천불 2007.10.21
난사 / 임보 난사蘭史 / 임보 팔대八大*는 허심虛深하고 판교板橋*는 중후重厚하다 석파石坡*는 첨예尖銳하고 운미芸楣*는 온유溫柔하다 누가 있어 저 주저앉은 난蘭을 이제 다시 푸르고 곧게 세우리 * 팔대八大는 명明 종실宗室의 후예로 괴벽했던 문인화가, 판교板橋는 청淸의 문인화가 정섭鄭燮,, 석파石坡는 .. 임보시집들/운주천불 2007.10.19
어초어록 / 임보 어초어록漁樵語錄 / 임보 1 머리를 잡으면 꼬리가 요동치고 꼬리를 잡으면 머리가 솟구친다 그러니 어떻게 장어를 잡는다고? 머리와 꼬리를 함께 잡으면 된다 2 산골놈은 산을 잘 타고 섬놈은 물질을 잘 한다 다리가 긴 놈은 마부로 손목이 긴 놈은 어부로 * 초동급부樵童汲婦라도 세상을 사는 지혜를 .. 임보시집들/운주천불 2007.10.15
공명 / 임보 공명空鳴 / 임보 공선달孔先達이라 하던가? 천하를 울리던 희대의 통소꾼, 그의 끼니를 걱정하는 제자들에게 속이 빈 피리가 소리를 내지 않더냐! * 공선달이라는 피리의 명인名人이 있다. 가난하여 늘 끼니를 굶고 지내는 그를 보고 걱정하는 제자들에게 대답하는 말이다 ‘속이 빈 피리가 잘 울리지 .. 임보시집들/운주천불 2007.10.14
이산 / 임보 이산移山 / 임보 구십九十 우공愚公이 삽을 잡고 아홉 살 손자가 발대를 지고…… * 우공은 중국의 옛 고사 속에 등장한 신화적인 노인이다. 앞산이 시야를 가린다고 그 산을 옮기려 발대에 흙을 져 날랐다고 한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를 보고 언제 그 일을 다 하겠느냐고 하면, 내 손자가 있지 않느.. 임보시집들/운주천불 2007.10.13
신 풍요 / 임보 신풍요新風謠 / 임보 오너라 오너라 어서 오너라 억울한 일 많기도 한 세상 설움에 겨운 어린 중생들아 공덕 닦으러 어서들 오너라 * <풍요>는 선덕여왕 시 양지良志라는 승려가 영묘사에 불상을 만들 때 신도들이 진흙을 나르며 불렀다는 민요다. 임보시집들/운주천불 2007.10.12
신 서동요 / 임보 신서동요新薯童謠 / 임보 선화 공주님은 선화 공주님은 서방 하나 남몰래 감춰 두고 밤마다 밤마다 마동이* 방에 가서 감자 하나 보듬고 놀다 온다네 * 백제의 무왕이 임금이 되기 전에는 마[薯]를 캐며 살아가는 가난한 떠돌이었다. 신라의 선화 공주에게 눈독을 들여 그를 아내로 삼으려고 거짓 노래.. 임보시집들/운주천불 2007.10.11
신 헌화가 / 임보 신헌화가新獻花歌 / 임보 깊은 골 바위틈에 나는 못 살아 소먹이는 일도 다 던져 버리고 날 같은 늙다리도 괜찮다면 꽃 꺾어 그대 뒤 좇아가리 * 향가 <헌화가>는 소를 몰고 가던 한 노인이 벼랑 위의 진달래꽃을 꺾어 수로부인에게 바치며 부른 노래라고 전한다. 이를 패러디한 것이다. 임보시집들/운주천불 2007.10.08
살풀이 / 임보 살풀이 / 임보 동짓달 푸른 밤에 꽂힌 그믐달 눈바람 대숲으로 드는 부엉새 열두 폭 소복자락 닳는 황촛불 살 따라 혼 따라 푸는 징소리 * 겨울 컴컴한 밤 그믐달이 비수처럼 서천에 꽂혀 있다. 눈 섞인 바람이 대숲을 흔들어대고 가끔 부엉이 깃 치는 소리 들린다. 방안에는 어느 한(恨) 서린 영혼을 달.. 임보시집들/운주천불 2007.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