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의 신전 / 임보 폼페이의 신전/ 임보 만신창이의 신전 돌기둥 곁에 피어난 오랑캐꽃이 아프다 그날의 신들은 어디로 갔기에 이 땅을 잿더미 속에 묻었던가 * 제우스, 아폴로, 아우구수타, 라리, 베스파지아노 등 수많은 신전들의 잔해가 남아 있다. 서기 79년 8월 24일 베스비오스 화산이 폭발하여 한 도시를 죽음의 재 .. 임보시집들/가시연꽃 2008.06.30
미켈란제로 / 임보 미켈란젤로/ 임보 바티칸 박물관을 받치고 있는 것은 아름드리 거대한 석조 기둥들이 아니라 수 천 명의 사제(司祭)들이 아니라 한 사람의 위대한 예술가의 손이다 * 바티칸 박물관에서 가장 사랑 받는 예술품은 미켈란젤로의 명화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다. 이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 성당.. 임보시집들/가시연꽃 2008.06.28
콜로세움 / 임보 콜로세움/ 임보 무너진 돌계단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빙과(氷菓)의 남은 껍데기처럼 스산한 천년의 무거운 폐허 * 저 거대한 돌멩이들을 쌓아 올리기에 얼마나 많은 노예들이 피땀을 흘렸겠는가. 수천 년의 풍우도 이들을 아직 다 헐지 못 하는 것은 아마 그 속에 스며 있는 원혼들 때문인지도 .. 임보시집들/가시연꽃 2008.06.27
미라 / 임보 미라/ 임보 저 유리 관속에 갇힌 수천 년 전 이집트의 어느 왕자 전리품으로 대영박물관에 끌려온 유예된 검은 주검 * 생명이 다한 육신은 사라지는 것이 축복이다. 사라진다는 것은 소멸이 아니라 우주 속에 스며 세계와 한 몸이 되는 것이다. 그것을 물리적으로 신속히 실현시킨 것이 화장(火葬)이다... 임보시집들/가시연꽃 2008.06.26
루쩨른 / 임보 루쩨른/ 임보 장미의 붉은 5월이 와도 겨울의 굳은 이빨이 산의 이마에 박혀 있다 은사(銀絲)의 폭포들이 고드름처럼 매달려 있는 알프스 계곡의 푸른 마을 * 스위스 루쩨른 인근의 알프스 계곡 산장에서 하룻밤 묵었다. 아침에 일어나 테라스의 창문을 열었더니 눈 녹은 물의 폭포들이 마치 처마끝에 .. 임보시집들/가시연꽃 2008.06.25
양귀비꽃 / 임보 양귀비꽃/ 임보 로마 근교의 이른 아침 개의 고삐에 매달린 소년과 소녀 푸른 초원 위에서 입술이 뜨겁다 양귀비꽃들이 벌떼처럼 잉잉거린― * 로마 사람들은 개들을 좋아하나 보다. 늑대의 후손이라 그런 것일까. 이른 아침 초원의 야생 양귀비꽃들이 사랑보다 더욱 싱그럽게 붉다. 임보시집들/가시연꽃 2008.06.24
서양 / 임보 서양/ 임보 돌[石]과 밀[小麥]과 성당(聖堂) 그리고 팁(tip) 들의 영토 * 동양은 목제(木製)의 문화, 서양은 석조(石造)의 문화에 기운 것 같다. 서양의 오래된 문화유산들은 대개 돌로 이루어졌다. 또한 동양의 음식 문화가 쌀 중심이라면 서양은 밀 중심이다. 그들의 피는 밥이 아니라 빵이 만들었다. 그.. 임보시집들/가시연꽃 2008.06.23
사미 / 임보 사미(四味)/ 임보 구시포 갯진달래 쭈꾸미회 금산사 매화 그늘 전주비빔밥 예산 추사 백송 우렁된장국 선운사 붉은 동백 풍천장어구이 * 봄바람이 나서 우이동 몇 시인들이 며칠 떠돌아다녔다. 임보시집들/가시연꽃 2008.06.22
미당 시문학관 / 임보 미당 시문학관/ 임보 질마재 마을에 찾아갔더니 미당이 돌아와 쉬고 있데요 한평생 떠돌던 신발들 지고 산천이 휘도록 누워 있데요 * 선운리 질마재 마을에 <미당 시문학관>이 덩그렇게 세워져 있다. 규모는 적지 않는데 콩크리트 건물이 어쩐지 정감이 안 간다. 임보시집들/가시연꽃 2008.06.21
봄바람 / 임보 봄바람 / 임보 선운사 봄 절엔 스님도 없고 절밭에 아낙들만 떼로 앉아서 상사화 꽃모종은 건성으로 하고 꽃 피면 저 아자씨 다시 보자고 * 4월초에 선운사를 찾았더니 산은 온통 붉은 동백으로 둘렀는데 절 입구의 빈터에 수건을 쓴 아낙들이 십여 명 일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으니 ‘.. 임보시집들/가시연꽃 2008.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