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의 반란/ 임보 개미들의 반란/ 임보 저 거구의 사자를 무너뜨린 것은 그보다 몸집이 큰 하마나 코끼리가 아니라 그가 사냥터에서 얻은 조그만 상처 그 하찮은 창처에 상륙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균들이다 인간들이 쌓아 놓은 화려한 이 지상의 불야성(不夜城)도 언젠가는 무너지리라 어느 외계인의 무서운 무기.. 임보시집들/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가 2008.01.29
시 쓰기 / 임보 詩 쓰기/ 임보 미다스의 손이 가 닿는 곳마다 황금으로 변하듯 그대의 시선이 가 머문 곳마다 세상은 달라진다 이 황홀한 전복 그러나 그대의 그물에 걸린 것은 사물의 앙상한 뼈일 뿐 언어는 사물들의 사지를 꺾어내고 드디어는 모든 존재를 죽인다 이 처연한 주검들 임보시집들/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가 2008.01.28
<닭똥> / 임보 <닭똥> / 임보 <닭똥>이라는 국산 영화가 있다 이 작품이 처음 상영되었을 때 영화평론가들은 한결같이 허황된 환상이라고 내돌렸다 관중들도 덩달아 재미없다고 외면했다 다만 서울의 한 순진한 교사가 이 영화를 보고 먼 낙도의 외로운 초등학교로 짐을 싸들고 떠났다 <닭똥>을 만든 영.. 임보시집들/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가 2008.01.27
금 / 임보 금 / 임보 화평의 땅에 금을 긋지 말라 금은 南과 北으로 혹은 東과 西로 우리를 쪼개어 너와 나로 맞서게 한다 모든 금은 분쟁의 씨다 개인과 개인 가정과 가정 집단과 집단 국가와 국가의 사이 우리가 그은 금들은 너무나 많고 깊다 대지를 가르며 흐르는 저 도도한 강줄기, 험악한 이랑으로 솟아 있.. 임보시집들/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가 2008.01.26
나무들의 고향 / 임보 나무들의 고향 임보 산은 나무들의 세상이다 아무리 가파르고 척박한 산비탈 돌틈에도 나무는 뿌리를 박고 가지를 펼친다 소나무, 굴참나무, 오리, 비자, 진달래 서나무, 단풍나무, 오동, 가래, 물푸레 산은 나무들의 공화국 산은 나무들의 천국이다 나무들은 왜 산을 좋아하는가? 나무들은 왜 들판을 .. 임보시집들/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가 2008.01.20
젖통 / 임보 젖통/ 임보 1 한 반세기 전만 해도 젊은 여인들의 가슴에 매달린 젖통은 하나의 그릇에 불과했다 갓난아이의 먹이가 담긴 천연의 밥통이었다 우리가 밥그릇을 부끄러워하지 않듯 물동이를 이고 간 여인들의 젖통은 짧은 적삼의 섶 밑을 비집고 나와 동아호박처럼 넌출대며 세상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 임보시집들/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가 2008.01.19
넥타이 / 임보 넥타이/ 임보 넥타이는 무엇인가 저 근엄한 사내의 목에 매달린 울긋불긋한 저 목댕기는 애초에 무엇에 쓰이던 것인가 입을 훔치던 수건이었을까 코를 닦아내던 걸레였을까 넥타이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웃음을 참을 수 없다 갓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조선조의 우리 선비들이 양이(洋夷)들의 .. 임보시집들/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가 2008.01.18
북 / 임보 북 / 임보 내 장차 한 장 가죽으로 남으리 햇볕에 잘 바랜 탱탱한 가죽 천 년 묵은 오동 만나 북으로 살리 기러기 울며 가는 캄캄한 밤 적막강산에 주저앉은 한많은 고수(鼓手) 그 북채에 부딪쳐 세상을 울리리 둥당 둥당 둥다당 둥당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천지간 떠돈 혼들 다 불러모아 얼.. 임보시집들/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가 2008.01.17
소요연행 / 임보 소요연행(逍遙戀行) / 임보 젊은 날 내 수줍고 참 물정 몰라서 이루지 못한 사랑들 이제 다 해 보고 싶네 그것도 세계적으로 화끈히 해 보고 싶네 기모노 차림의 다소곳한 일본 여인도 괜찮으리 그녀 다다미방에 드러누워 차도 마시다 샤미탱도 뜯다 하며 며칠 뒹굴어도 삼삼하리 핫팬티의 싱그러운 캘.. 임보시집들/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가 2008.01.16
사냥 / 임보 사냥 / 임보 살진 준마(駿馬)의 다리 같은 곧고 튼튼한 여인을 하나 얻고 싶다. 그의 등에 업혀 한 보름쯤 망망한 초원을 달리며 꿈을 꾸고 싶다. 햇독수리의 날개처럼 탄력 있는 순은(純銀)의 활을 하나 얻고 싶다. 그 시위에 내 영혼의 화살을 꽂아 은하가를 누비는 목이 고운 사슴별 한 놈 이 지상에 .. 임보시집들/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가 2008.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