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 / 임보 요술妖術 / 임보 악樂이라는 것들은 악만 쓰고 화畵)라는 것들은 화만 내고 시詩라는 것들도 시끄럽기만 해 예술은 간 곳 없고 요술들 판이로세 * 예술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려는 작업이다. 그런데 그 예술 작품들이 아름답기는커녕 공해물로 다가온다면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 임보시집들/운주천불 2007.08.18
청문회 / 임보 청문회聽聞會 / 임보 그놈이 다 그놈 흑黑과 백白을 어떻게 구분한단 말인가 이 정상배政商輩 무리들아! * 혐의가 있는 사람들을 불러다 말을 잘 들어보고 세상의 잘못을 바로잡아 보겠다는 것이 언필칭 청문회다. 그러나 색맹이 색을 구분하지 못하듯이 검은 무리들이 어찌 검은 것을 구분해낼 수 있.. 임보시집들/운주천불 2007.08.15
선비행 / 임보 선비행行 / 임보 속악俗樂에는 귀를 닫고 선행善行에만 눈을 열고 옛 선비 사는 법도 신의信義 절조節操 염치廉恥 안분安分 귀 열 곳, 눈 둘 곳 찾을 길 바이없는 이 세상 선비살이 밤길보다 어렵겠네 * 옛 선비들은 아무 것이나 눈에 띄는 대로 다 보고 귀에 들리는 대로 다 듣지 않았다. 음탕하고 속된.. 임보시집들/운주천불 2007.08.14
그런 詩 / 임보 그런 시詩 / 임보 그대의 뼈 속에 깊이 스며 한평생 보채며 잠 못 들게 하는 병病보다 아픈 달콤한 시 술보다 거나한 창부唱婦 같은 시 * 시인은 누구나 감동적인 작품을 쓰고자 한다. 만일 내 노래가 그대의 골수에 사무쳐 한평생 그대를 취하게 한다면 이 얼마나 전율스런 일인가. 임보시집들/운주천불 2007.08.13
아지 못개라 / 임보 아지 못개라 / 임보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네가 좋아하는 사람을 너처럼 좋아한다면 너 또한 좋아할 일이로되 * 만일 그대의 둘도 없는 지기知己가 그대의 애인愛人 을 좋아한다면 이는 마땅히 경하해야 할 일인데, 보통사람들은 원수가 되고 만다. 질투란 도대체 무엇인가. 임보시집들/운주천불 2007.08.12
노방화 / 임보 노방화路傍花 / 임보 경허鏡虛는 문둥이년을 그의 팔뚝에 재웠거늘 만신창이滿身瘡痍 저년 아직 핥아 줌직도 하다. * 경허는 조선조말의 걸승傑僧이다. 그는 신화적인 일화를 많이 남기도 있다. 떠돌던 문둥이년을 데려다 그의 팔뚝에 누여 며칠 재웠다는 얘기도 있다. 실로 그의 도력道力에 기가 꺾.. 임보시집들/운주천불 2007.08.11
염불 / 임보 염불念佛 / 임보 그대 치마폭에 스며들고 싶네 그대 가슴속으로 파고들어 들어앉은 뭇 사내놈들 다 몰아내고 그대 코도 한 입 베어 물고 싶네 *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그의 속마음은 알 수 없다. 한편 사랑스런 것일수록 혼자만 독점하고 싶어 한다. 사랑하는 즐거움을 왜 여럿이 함께 누리지 못하.. 임보시집들/운주천불 2007.08.10
문둥이 / 임보 문둥이/ 임보 문둥이 데리고 산다고 욕하들 말소 코도 깨지고 입도 터지고 눈 귀도 다 헐고 너도 문둥이 나도 문둥이 모두가 다 문둥이 문둥이 문둥이끼리 엉클어져 사네. * 우리들은 다 결손아缺損兒들이다. 많은 결함들을 지닌 우둔한 존재다. 그러나 우리가 지닌 결함들은 불행의 요인이 되지 않는.. 임보시집들/운주천불 2007.08.09
사물(四物) / 임보 사물四物 / 임보 삼각산三角山 춘春 사월 타는 진달래 흑산도黑山島 갯가 매운 홍어회 추풍령秋風嶺 산마루 튀는 새벽 별 시수헌詩壽軒* 거문고에 노는 황진이黃眞伊) * 내가 좋아하는 기호품들을 산과 바다와 하늘에서 하나씩 골라보았다. 시수헌은 우이동牛耳洞 시인들 곧 이생진 채희문 홍해리 임.. 임보시집들/운주천불 2007.08.08
숫버마제비의 노래 / 임보 숫버마제비의 노래 / 임보 벼락에 무너질 때 아픔을 벗듯 그대의 이빨 속으로 스며드는 산화散華도 황홀할 뿐 * 숫버마제비는 교미가 끝난 다음 암놈에게 먹힌다고 한다. 이 지상에서 이처럼 철저한 순애는 없다. 그에게 죽음은 고통이 아니라 황홀이리라. 임보시집들/운주천불 2007.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