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746

건국 모색

건국 모색 임보 임 보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키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아프카니스탄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잘 모르는 무슨 스탄이란 이름의 나라들이 나를 헷갈리게 한다 이런 이름을 가진 나라들은 이슬람국가들이라는데 ‘스탄’은 ‘땅’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리치스탄’ 이란 말도 있는데 이는 100억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부유층을 이르는 말이란다 나도 이참에 나라를 하나 세워 본다? 이름하여 ‘詩人 스탄’이라고 해 볼까? 법도 종교도 국경도 세금도 경찰도 빈부귀천도 없는 나라 하지만… 시인들은 많은데 어디에 빈 ‘땅’이 있어야지…! ================================================ (문학과 창작 20-여름호)

신작시 2020.05.27

멸치 똥

멸치 똥 임보 임보 아내가 멸치 똥을 뺍니다 죽방멸치 한 상자를 풀어놓고 멸치 한 마리 한 마리씩 머리를 떼고 몸속에 들어 있는 똥―검은 내장을 발라냅니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내가 ‘그냥 먹어도 되지 않느냐’니까 아내 왈 바다가 오염돼서 안 된답니다 나도 멸치 몇 줌 갖다놓고 아내를 거들어 봅니다 머리, 똥, 몸통을 따로따로 분리해 놓는데 자꾸 헷갈립니다 머리에다 똥을 놓기도 하고 똥에다 머리를 놓기도 하고… 멸치 한 상자 손질하는데 한 나절이 다 갑니다 살림하기 참 쉽지 않습니다. ======================================

신작시 2020.05.26

두 가지 깨달음

두 가지 깨달음 임보 임보 모처럼 동네 이발소에 간다고 아내에게 신고하고 밖엘 나온다 “날씨가 꾸물하니 우산을 챙겨 가세요!” 아내의 충고를 무시하고 그냥 나온 내게 “비가 오면 전화하세요!” 아내가 다시 당부한다 아차! 마스크를 미처 못 챙기고 나왔다 길에 가는 사람들을 보자 생각이 났다 다시 집에 돌아가기는 귀찮고 해서 약방에 들러 마스크를 사서 끼고 이발소로 간다 이발을 하는 동안 창밖을 보니 행인들이 우산을 쓰고 지나간다 이발을 다 끝내고 나오려 하니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집에 연락을 하려고 주머니를 만져보니 휴대폰이 없다 어떻게 하지? 주변에 우산 파는 상점도 없는데… 전화기를 빌어 집에 연락을 해 본다? 그런데 아내의 전화번호가 깜깜하다 내 휴대폰에서 아내의 번호는 늘 1번이므로 아내의 진짜 ..

신작시 2020.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