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재 풍경 15 -- 문갑 운수재 풍경·15 ― 문갑 임보 안방의 창밑에 기다란 문갑이 놓여 있다 전에는 그 위에 문방사보는 아니더라도 도자기며 수석 난초 등속을 올려놓고 지낸 적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선가 이놈들은 다 밀려나고 50인치 텔레비전이 등장하면서 그놈의 받침대가 되었다 속은 아내가 .. 신작시 2020.05.05
운수재 풍경 --서재 운수재 풍경·14 ― 서재 임보 서재라고 할 것도 없는 골방이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방이니 그렇게 칭한다 그렇잖아도 좁은 공간인데 큰 책장 세 개가 세 벽들을 차지하고 있고 앉음뱅이 탁상과 의자용 책상 둘이 놓여 있는데 나는 의자용 책상에 노트북을 놓고 작업을 하고 탁상은 공.. 신작시 2020.05.04
운수재 풍경 13 --액자들 운수재 풍경·13 ― 액자들 임보 현관 전면엔 내가 그린 「비파(枇杷」* 현관 우측엔 설봉의 「산수도」* 거실 좌측엔 내 조부님을 기린 「후은기(後隱記)」*가 걸려 있고 안쪽엔 운영실주인(雲影室主人)의「도원홍의도(桃源紅衣圖)」*가 피안의 도원경을 그윽하게 품고 있다 안방 좌벽엔.. 신작시 2020.05.03
우리집 풍경 12 --안방의 책장 우리집 풍경·12 ― 안방의 책장 임보 우리집 안방에도 커다란 책장이 두 개 한 벽면을 점령하고 있다 그런데 유리문을 달고 있는 그 책장에는 꽂힌 책들을 배경으로 빈 공간에 여러 가지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오래된 중고 카매라 고장난 내 손목시계 허접스런 상패들 내 사진과 가족 .. 신작시 2020.05.02
우리집 풍경 11 --가훈, 좌우명 우리집 풍경·11 ―가훈·좌우명 임보 운수재의 안방 좌측 붙박이장 틀에 조그맣게 써 붙인 두 개의 쪽지가 있다 ‘和·創·勤’ ‘剛毅木訥’* ‘화·창·근’은 ‘화목(和睦)·창의(創意)·근면(勤勉)’을 ‘강의목눌’은 ‘강직·의연·순박·어눌’을 뜻한다 전자는 가훈(家訓)이.. 신작시 2020.05.01
우리집 풍경 10 -- 거실 우리집 풍경·10 ― 거실 임보 거실이라고 해 봐야 안방과 건넌방 사이에 낀 마루 중앙에는 폭 70세티 정도의 정사각형 2인용 식탁이 두 개의 나무 의자를 거느리고 놓여 있다 전면은 마당을 내다보는 밀창으로 트여 있고 창문 앞엔 1m×2m의 기다란 탁자가 점령하고 있는데 탁자 위엔 컴과 .. 신작시 2020.04.30
우리집 풍경 9 ---운수재 우리집 풍경·9 ―운수재 임보 운수재(韻壽齋)는 내 집의 당호다 ‘시가 오래 가는 집’이란 뜻 우이동의 삼각산 밑 동네인데 소속은 도봉구로 되어 있고 새주소는 삼양로로 표시된다 80여 평의 대지에 세운 2층 양옥인데 운수재에 기거한 지 근 반 세기 이젠 낡아서 여기저기 비가 새기도.. 신작시 2020.04.29
우리집 풍경 8 --족보 우리집 풍경·8 ―족보 임보 내가 쓰고 있는 필명은 임보(林步)지만 내 본명은 강홍기(姜洪基)이다 본관이 진주, 박사공파 제26세손 항렬은 원(遠), 토(土)자 돌림이다 그런데 나는 불경스럽게도 가문의 전통을 깨뜨리고 내 자식들에게 새로운 이름을 달았다 장녀는 강우원진(姜宇源眞) 차.. 신작시 2020.04.28
우리집 풍경 7 --어떤 전화 우리집 풍경·7 ―어떤 전화 임보 한가한 내 휴대폰이 모처럼 울린다 매실주를 한잔 하다 말고 받는다 나, 아무개예요! 호호호 아시겠어요? 네, 잘 알고 있지요. 오랜만입니다! 몇 십 년 전에 교류를 하다가 소식이 뚝 끊겼던 여류 시인이다 통화의 내용은 상당히 길었지만 이를 간추리면 .. 신작시 2020.04.27
우리집 풍경 6--택배 우리집 풍경·6 ―택배 임보 우리집엔 우편물이며 택배가 자주 온다 조치원의 처제가 사흘이 멀다고 야채며 나물이며 된장 고추장 심지어는 휴지까지 보낸다 먼 지방에 사는 문우들이 철 따라 두릅이며 취를 따 보내기도 하고 갯가의 친구는 맛깔스런 젓갈을 과원지기 벗은 과일을 부치.. 신작시 2020.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