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절구(絶句) 짜기 임 보 꿈속에서 절구를 짠다 내가 댓 살 무렵 조부님 슬하에서 글자를 익히기 시작하면서 교재로 썼던 5언절구집 『추구(推句)』의 첫 구절 ‘天高日月明’을 종횡으로 놓고 시구를 만드는 일이다 그러니 天高日月明 高 ? ? ? ? 日 ? ? ? ? 月 ? ? ? ? 明 ? ? ? ? 물음표(?) 자리에 글자를 넣어 시구를 짜는 놀이다 ‘高山淸江長’ 둘째 구를 만들어 넣어 본다 天高日月明 高山淸江長 日淸 ? ? ? 月江 ? ? ? 明長 ? ? ? ‘日淸草葉靑’ 셋째 구를 억지로 짜 본다 天高日月明 高山淸江長 日淸草葉靑 月江葉 ? ? 明長靑 ? ? 그런데 마지막 구를 어떻게 메운다? 한참을 끙끙대다가 ‘月江葉舟行’ ‘달빛 어린 강위를 푸른 잎새 배가 흘러간다’ 시가 됐는지 어쩐지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