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 유공희 밤에 / 유공희 밤을 향하여 창문을 열고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머-ㄴ 곳에서 별과 샘이 쉴 새 없이 맑고 맑은 태초(太初)를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모든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하늘을 감추어 버려도 하나의 얼굴이 남아 있어서 별빛 속에서 소곤거리고 있습니다. 모든 말을 잃어버린 듯 무거운 침묵이 땅.. 유상 유공희의 글/유공희의 시 2007.06.04
호수 1 / 유공희 호수 1 / 유공희 황혼 호수 위에서는 쉴 새 없이 나뭇잎들이 죽어간다. 호숫가에 짐승들의 내장은 버려져 있고 가마귀 떼가 호숫가에는 꽃피고 호숫가엔 노란 버섯들이 꽃피고 마을을 떠난 이 희한한 비정의 지역에 이상한 생활들이 꽃피고 한밤중 호수는 새벽처럼 창백하게 연소(燃燒)한다. 호수는 임.. 유상 유공희의 글/유공희의 시 2007.06.03
ILLUSION ILLUSION / 유공희 이끼가 퍼렇게 낀 깨어진 기와 쪼각들이 흐느껴 우는 소리를 들었는가? 그것은 멀리 거대한 뱀처럼 누운 양자강(楊子江)의, 물빛조차 조금도 엑조틱하지 않는 내 고향 같은 중국의 벌판― 따스한 사월의 햇볕이 쏟아져 내리는 언덕 위…. 구구식 소총을 풀밭에 던져 둔 채 티없이 푸른 .. 유상 유공희의 글/유공희의 시 2007.06.02
땅거미 속에서 / 유공희 땅거미 속에서 / 유공희 밀려오는 어둠에 쫓겨 새들과 같이 나는 돌아서 와도 아 이름 모를 한 송이처럼 내 마음 거기 피어 있네. 별빛이 푸른 이 저녁 그대 사는 마을로 가는 길, 하얀 길 위에…. 유상 유공희의 글/유공희의 시 2007.06.01
램프에 불을 켜며 / 유공희 램프에 불을 켜며 / 유공희 먼 서쪽 하늘에 저녁놀이 단테의 지옥편의 어느 하늘처럼 심각해진다. 이러한 때 램프에 불을 켠다는 것은 가슴이 부푸는 하나의 구원(救援)! 반역과 도회(韜晦)에 지친 마음아! 어머니나 아내처럼 다정하게 될 수 있는 어린아이처럼 순진해질 수 있는 이 슬픈 시각을 사랑하.. 유상 유공희의 글/유공희의 시 2007.05.31
탱자 / 유공희 탱자 / 유공희 원(圓)으로 팽창하는 상념입니다 상념은 흐를 듯한 오렌지 마음은 색채로 형(形)으로 이렇게 꽃다이 형성되는 것… 향기는 견디다 못해 피어오르는 악상(樂想)이 아닙니까! 영겁의 하늘과 무진의 대기와 흙과의 아 이렇게 가지고 놀고 싶은 하모니 이를테면 당신의 조그만 손안에 든 하.. 유상 유공희의 글/유공희의 시 2007.05.28
[스크랩] 꽃밭에서/ 유공희 꽃밭에서 / 유공희 내 생애들이 유희(遊戱)하고 있습니다 이 낯설은 꽃들 속에…. 아, 참으로 희한(稀罕)한 식욕입니다! 시간은 당장에 개조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살아야 할 시간들이 아무리 해도 너무 많은 것만 같습니다…. 유상 유공희의 글/유공희의 시 2007.05.27